앤트워프 당일치기 여행, 루벤스와 전설이 살아 숨쉬는 도시
여행의 셋째날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날은 무엇을 할지 아무 것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라 헤이그에 가기로 정했었고 14일에는 안네의 집 예약을 해놔서 암스테르담에 다녀와야했지만 그 이외의 일정은 전부 비어 있던 상태였지요. 로테르담 시내보다는 다른 곳으로 가보고 싶어 어디를 가볼까 생각하다가 앤트워프에 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앤트워프(Antwerpen, Antwerp)는 벨기에 북부 플란데런 지역에 위치한 대표적인 항구 도시입니다. 스헬데강(Schelde River) 강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어 물류와 무역의 중심지로 오래전부터 발전해왔습니다.
앤트워프(Antwerpen, Antwerp)라는 이름에는 흥미로운 전설과 실제 어원이 함께 얽혀 있습니다.
📖 전설 속 유래
앤트워프의 이름은 “손을 던진다”라는 의미에서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옛날 스헬데강을 지배하던 거인 안티고온(Antigoon)이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에게 통행세를 강요하고, 돈을 내지 않으면 그들의 손을 잘라 강에 던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로마 병사 브라보(Brabo)가 거인을 무찌른 뒤, 오히려 거인의 손을 잘라 강에 던졌다고 전해지죠. 이 이야기에서 Hand (손) + Werpen (던지다) → “Handwerpen” → Antwerpen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도시의 중심인 브라보 분수(Brabo Fountain)가 바로 이 전설을 형상화한 조형물이에요.

📜 실제 어원
언어학적으로는 조금 다릅니다.
- 고대 게르만어 anda (앞쪽, 가까이) + werpum (강가의 둔덕, 제방)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 즉, “강가의 둔덕에 세워진 마을”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 이런 해석은 도시가 스헬데강을 끼고 발달했다는 지리적 특성과도 잘 맞습니다.
👉 그래서 앤트워프 이름은 전설 속의 ‘손을 던지는 이야기’와 실제 지리적 의미가 함께 전해지며 오늘날까지도 흥미로운 도시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앤트워프는 로테르담에서 그리 멀지 않아요. 차로 이동했는데 금방 갈 수 있었지요. 기차를 이용하시더라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겁니다. 앤트워프 역시 시내 주차는 비쌉니다. 이 곳 역시 다른 큰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P+R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P+R 주차장 중에 P+R Luchtbal을 이용했었는데요. 하루 주차 요금이 1유로밖에 안합니다. 또한 주차장 바로 옆에 트램을 타고 시내 중심가로 한 번에 갈 수도 있습니다. 차를 가지고 움직이신다면 다른 도시를 방문하실 때도 P+R 주차장이 있는지 꼭 확인을 해보세요. 도시마다 다르지만 주차장이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하고 또는 대중교통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대중교통을 세 번 이상 이용하신다면 일일권이 더 유리합니다. 그래서 주차를 해놓고 일일권 티켓을 산 다음에 트램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봤습니다. 이리 저리 생각하는거보다 그냥 일일권 사고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움직이는게 몸도 편하고 좋아요.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게 이럴 때 느껴지긴 합니다. 너무 많이 걸으면 피곤해져서요.

처음 일정은 앤트워프 왕립 미술관(KMSKA)이었습니다. 루벤스 하우스를 가보고 싶었지만 공사중이라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왕립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이 곳에도 루벤스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또한 현재 복원하고 있는 작품을 보실 수도 있지요. 특이하게도 복원하는 것 자체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맞으신다면 복원하는 모습을 직접 보실 수도 있을겁니다.

오래된 작품들 사이사이에 현대미술 작품들을 껴놓았는데 갑자기 너무 뜬금없기도 해서 왜 이게 여기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전시물들이 많지 않기에 포인트를 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서대한 손 조형물이었는데요. 그냥 현대미술 중에 하나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거대한 손이 갑자기 움직이는겁니다. 깜짝 놀랐었지요.

왕립미술관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알아보니 약간 애매한 시간이어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었습니다. 앤트워프도 중간에 브레이킹 타임을 가지는 식당들이 많이 있더군요. 구글 맵에서 검색을 해서 찾은 곳은 미술관 바로 근처에 지중해식 식당인 Barouche Antwerp Zuid 이었습니다. 전통 지중해식이라기보다는 퓨전음식점이었던 듯 했어요.

평점도 좋았고 먹기도 간단해보여서 들어갔습니다. 이것저것 원하는대로 플레이트를 구성할 수 있는것 같긴 했습니다만 잘 아는 음식이 아니기에 미리 셋팅된 것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주문을 했지요. 상당히 푸짐하게 잘 나오고 고기와 병아리콩 등 단백질이 듬뿍 담긴 접시였습니다. 너무나도 맛있어서 남김없이 잘 먹었어요.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다시 관광을 해봐야겠지요. 트램을 타고 시내 중심가로 이동을 했습니다. 시청이 있는 광장에는 유명한 브라보의 동상이 있었어요. 앤트워프 도시의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전설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화려한 시청 건물 옆에는 그에 못지 않은 화려한 길드하우스가 있습니다. 이 곳으로 정말 많은 돈이 모여들었었다라는 상징이겠지요.

그 다음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강 밑으로 뚫려있는 터널로 가보기로 했어요. 앤트워프 앞의 강은 바다로 연결되기 바로 전인 하류라서 매우 폭이 넓은 스헬데강이 있는데요. 이 강 밑으로 터널(Sint-Annatunnel)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차량도 다녔었다고 합니다만 현재는 자전거와 도보로만 이용할 수가 있어요. 끝까지 걸어가봤는데 꽤 긴 길이였습니다. 함부르크에도 있던 터널과 너무나 비슷했어요.

이 곳 터널이 오래되었다는 것을 에스컬레이터를 보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요. 바닥까지 나무입니다. 이런건 처음봤어요. 신기한 경험이였지요.


강 건너편으로 넘어오니 화려한 중심가와는 좀 다른 모습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오래던에 신도시로 개발이 이뤄졌던거 같은 모습이랄까요. 여기까지 꼭 넘어오실 필요는 없을거 같습니다. 밤에 야경은 그래도 볼만할거 같긴 하네요. 좀 외진 느낌이라 밤에는 어떨지는 잘 모르긴 하겠습니다만....


앤트워프는 로테르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도시였습니다. 항구 도시 특유의 활기와 예술적 유산이 공존하는 곳으로, 루벤스의 작품과 전설이 깃든 광장, 그리고 스헬데강 터널까지 독특한 매력이 가득했지요.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루벤스 하우스가 복원된 뒤 꼭 다시 들러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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