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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독일

슈파겔을 공짜로 던져준다고?! 베를린 근교 벨리츠(Beelitz) 슈파겔 축제 우여곡절 방문기

by travelneya 2026.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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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나는 ‘하얀 황금’, 독일의 슈파겔(Spargel)

독일의 봄과 초여름을 대표하는 최고의 식재료를 꼽으라면 단연 슈파겔(Spargel, 흰 아스파라거스)입니다. 매년 4월 중순부터 6월 24일(성 요한 세례일)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슈파겔 시즌(Spargelzeit)'이 되면, 독일 전역은 그야말로 슈파겔 열풍에 휩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초록색 아스파라거스와 달리, 독일인들이 유독 사랑하는 흰색 슈파겔은 흙을 높이 쌓아 햇빛을 차단한 채 땅속에서 키워내기 때문에 '하얀 황금' 혹은 '먹는 상아'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재배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고 수확 시기도 짧아 귀한 대접을 받으며, 이 시기 독일의 레스토랑들은 저마다 특별 슈파겔 메뉴를 선보이느라 분주해집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움, 전통 슈파겔 요리

슈파겔은 특유의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입니다. 영양과 풍미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 요리법은 의외로 간단하고 직관적입니다. 겉의 질긴 껍질을 정성스럽게 벗겨낸 뒤 소금과 버터, 약간의 설탕을 넣은 물에 알맞게 삶아내는 것이 기본입니다.

가장 전통적이고 대중적인 조합은 잘 삶아낸 슈파겔에 알감자(Salzkartoffeln)와 부드러운 생햄(Schinken) 또는 바삭한 슈니첼(Schnitzel)을 곁들이는 것입니다. 여기에 고소하고 크리미한 홀란다이즈 소스(Hollandaise Sauce)나 녹인 버터를 듬뿍 얹어 먹는데, 담백한 슈파겔과 소스의 묵직한 풍미가 환상의 조화를 이룹니다. 이 외에도 베이컨을 말아 굽거나, 슈파겔을 삶아낸 육수를 활용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슈파겔 수프(Spargelsuppe)로 즐기기도 합니다.

'독일의 인삼', 몸을 깨우는 슈파겔의 효능

한국인들이 여름철 삼계탕으로 기력을 보충하듯, 독일인들은 봄철에 슈파겔을 보양식처럼 챙겨 먹습니다. 실제로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는 '독일의 인삼'이라는 별명으로 통할 만큼 영양학적 가치가 뛰어납니다.

  • 천연 해독 및 이뇨 작용: 아스파라긴산(Asparagine) 성분이 풍부하여 체내의 과도한 수분과 노폐물을 배출하고 신장 기능을 돕는 천연 해독제 역할을 합니다.
  • 풍부한 영양소와 피로 해소: 비타민 A, C, E, K를 비롯해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겨울내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 임산부에게 필수적인 엽산: 세포 성장에 중요한 엽산(Folic acid)이 풍부하여 임산부나 아이를 준비하는 부부에게 특히 좋은 채소입니다.
  • 부담 없는 다이어트 식단: 100g당 약 15~20kcal 내외로 칼로리가 매우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어 체중 조절에도 제격입니다.

공식 슬로건이 ‘슈파겔도시’, 벨리츠(Beelitz)는 어떤 곳?

베를린 근교 브란덴부르크주에 위치한 벨리츠(Beelitz)는 인구 1만여 명의 아담하고 고즈넉한 소도시입니다. 하지만 봄만 되면 독일 전역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로 변신하는데, 그 이유는 이 도시의 공식 명칭 앞에 항상 ‘슈파겔도시(Spargelstadt)’라는 슬로건이 붙기 때문입니다.

벨리츠와 슈파겔의 인연은 18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글레이저(유리공)였던 칼 헤르만(Carl Herrmann)이 이곳의 척박하고 모래가 많은 토양이 아스파라거스 재배에 완벽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밭에 심기 시작한 것이 시초입니다. 영양분이 없을 것 같은 모래 땅이 오히려 물 빠짐이 좋고 햇빛을 받아 따뜻해져서 슈파겔이 자라기엔 최고의 환경이었던 것이죠. 이때부터 벨리츠는 동독 지역 최대의 슈파겔 생산지로 자리매김했고, 오늘날 ‘벨리츠 슈파겔(Beelitzer Spargel)’은 독일 내에서 일종의 최고급 명품 브랜드로 통합니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도시답게, 아기자기한 옛 건물이 그대로 보존된 역사 지구(Altstadt)를 거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도시 곳곳에는 세계 유일의 슈파겔 박물관(Spargelmuseum)을 비롯해 대형 슈파겔 농장들이 밀집해 있어 1년 중 5~6월에 가장 생기 넘치고 활력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베를린 & 포츠담에서 벨리츠 축제장 가는 방법

벨리츠는 베를린과 포츠담에서 대중교통으로 가기 매우 수월해 당일치기 근교 여행으로 부담이 없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브란덴부르크 지역까지 커버되는 VBB 티켓(BC 또는 ABC 구역)이나 도이칠란트 티켓(49유로 패스)을 활용하면 편리합니다.

1. 베를린(Berlin)에서 출발할 때 (약 40~50분 소요)

지역 엑스프레스(RE) 이용: 베를린 중앙역(Berlin Hbf), 동물원역(Zoologischer Garten), 반제역(Wannsee) 등에서 RE7(Dessau 또는 Bad Belzig 방향) 열차를 타면 환승 없이 약 40분 만에 벨리츠 하일슈테텐(Beelitz-Heilstätten) 역에 도착합니다.

주의할 점: 축제가 열리는 메인 광장이나 시내 중심가(Altstadt)로 바로 가려면 Michendorf 역에서 하차한 뒤, RB33 또는 RB37로 환승해 벨리츠 슈타트(Beelitz Stadt) 역으로 가는 것이 동선상 가장 좋습니다.

2. 포츠담(Potsdam)에서 출발할 때 (약 45분 소요)

기차 이용: 포츠담 중앙역에서 RB33 열차를 타면 벨리츠 슈타트(Beelitz Stadt) 역까지 환승 없이 약 30분 만에 이동이 가능합니다.

직행버스 이용: 포츠담 중앙역(S Potsdam Hbf) 버스 승강장에서 급행버스 X43번 또는 643번 버스를 타면 벨리츠 시내 중심(Beelitz, Zum Bahnhof 등)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습니다. 배차 간격도 정기적이어서 축제 기간에 이용하기 가장 직관적이고 편리한 방법입니다.

6월의 대축제, 벨리츠 슈파겔 축제(Beelitzer Spargelfest)

매년 슈파겔 시즌이 정점으로 치닫는 6월 첫째 주 주말(금·토·일 3일간)이 되면, 벨리츠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신합니다. 브란덴부르크주에서 가장 사랑받는 전통 Volksfest(민속 축제) 중 하나로, 이 기간에만 5만 명이 넘는 인파가 전국에서 몰려들 정도입니다.

축제 기간에는 아름다운 시내 중심가(Altstadt)의 유서 깊은 마당(Altstadthöfe)들이 전면 개방되고, 드넓은 도시공원(Stadtpark)은 맛있는 냄새와 음악이 가득한 '미식 거리'로 탈바꿈합니다. 곳곳에 마련된 야외 무대에서는 팝과 슐라거(Schlager, 독일 대중가요) 라이브 공연이 펼쳐져 흥겨운 분위기를 더합니다. 입장료가 기본적으로 무료(Frei)라는 점도 이 축제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큰 매력입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 일요일의 화려한 퍼레이드(Festumzug)

벨리츠 슈파겔 축제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일요일 낮(보통 13:30 시작)에 펼쳐지는 대규모 퍼레이드(Festumzug)입니다. 1934년 첫 축제 때부터 이어져 온 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입니다.

  • 온 도시가 참여하는 행진: 벨리츠 시의 수많은 지역 단체, 소방대, 스포츠 클럽, 그리고 현지 상인들과 농부들까지 수백 명의 주민이 직접 참여해 행진을 꾸밉니다.
  • 슈파겔 피라미드와 마스코트: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슈파겔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행진하며, 거대한 슈파겔 피라미드 같은 독특한 볼거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축제의 오랜 마스코트인 '슈파겔프레서(Spargelfresser)'의 등장도 놓칠 수 없는 재미입니다.
  • 활기찬 골목 분위기: 퍼레이드가 비르호프 거리(Virchowstraße)를 출발해 올드타운 중심가를 관통할 때면, 길거리 가득 늘어선 관람객들의 환호와 Rathaus(시청) 발코니에서 흘러 나오는 유쾌한 생중계 해설이 어우러져 축제의 열기가 정점에 달합니다.

🚗 초보 방문러의 우여곡절 주차 대소동 (방문 꿀팁!)

저는 이번에 일요일의 꽃이라는 ‘퍼레이드’를 꼭 보고 싶어서 시간에 맞춰 차를 몰고 벨리츠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축제장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는데요.

퍼레이드 시간(오후 1시쯤)이 임박하자 도심으로 들어가는 모든 방향의 길이 전면 통제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축제 측에서 외곽에 마련해 둔 임시 주차장으로 가는 길마저 퍼레이드 동선과 겹쳤는지 진입이 아예 불가능하더라고요. (퍼레이드 시간이 지나면 통제가 풀리긴 합니다!)

💡 벨리츠 축제 방문 꿀팁! 일요일 퍼레이드를 차로 보러 가실 분들은 무조건! 최소 1~2시간 일찍 도착하셔야 고생을 안 합니다.

결국 저는 우여곡절 끝에 마을 저 멀리 외곽 도로변에 겨우 차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벨리츠가 그리 큰 도시는 아니라서 축제장 중심부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축제장으로 걸어가는 길목 곳곳에 '슈파겔슈타트(슈파겔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귀여운 슈파겔 모양의 마을 조형물들이 반겨주어 지루할 틈 없이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 기대를 뛰어넘는 규모! "슈파겔을 던져주는 퍼레이드"

시청과 교회 앞을 가로지르는 메인 도로에 도착하니, 이 작은 도시에 독일 사람들이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가득했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퍼레이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퀄리티에 규모가 커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단체로 귀엽게 춤을 추며 지나가는 팀부터 지역의 다양한 커뮤니티 팀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폭발했던 팀은 단연 슈파겔 농장에서 나온 팀들이었습니다.

이유가 뭐냐고요? 행진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진짜 슈파겔이 담긴 봉지를 툭툭 던져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독일에서 질 좋은 슈파겔은 제법 가격이 나가는 편인데, 운이 좋으면 명품 벨리츠 슈파겔을 공짜로 득템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 다들 눈을 반짝이며 환호했습니다. 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는 정말 유쾌한 퍼레이드였어요.

🎡 먹거리 가득한 공원 축제장과 '딸기'의 대반전

퍼레이드가 끝난 뒤, 메인 축제장이 마련된 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쪽에는 신나는 놀이기구들이 돌아가고 있었고, 지역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수제품 마켓도 열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중앙의 대형 무대에서는 막 공연이 시작되려는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더라고요.

저는 공연보다는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을 거른 터라 먹거리 부스부터 공략했습니다. 당연히 슈파겔 축제니 길거리 부스에 슈파겔 요리가 넘쳐날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노점에서는 슈파겔 요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현지인들 말이 제대로 된 슈파겔 식사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야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축제장 노점에도 슈파겔 간식거리가 좀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습니다.

결국 아쉬운 대로 독일 축제의 단골 메뉴인 브라트부르스트(소시지)와 갓 튀겨낸 랑고쉬(Lángos)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축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지금 독일은 슈파겔뿐만 아니라 바야흐로 딸기(Erdbeere)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어떤 슈파겔 농장 부스에서 딸기를 같이 팔고 있었는데, 너무 싱싱하고 맛있어 보여서 한 팩을 구매해 왔습니다. 집에 와서 씻어 먹어봤는데... 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독일에 살면서 이렇게 달고 맛있는 딸기는 생전 처음이었거든요!

어디 농장인가 싶어 팩에 적힌 이름을 유심히 살펴봤더니, 알고 보니 예전에 제가 직접 슈파겔을 사러 가본 적이 있던 낯익은 농장이었습니다. 이 정도 당도라면 조만간 딸기 털러 그 농장에 다시 한번 출동해야겠습니다.

🛍️ 역대급 득템! 3묶음에 10유로, 그리고 감동의 슈파겔 튀김

이번 축제의 화룡점정은 돌아오는 길에 가졌던 슈파겔 장터였습니다. 축제가 막바지로 향해서인지, 전시용으로 쌓아두었던 최고급 슈파겔을 그야말로 '폭탄 떨이' 가격에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보통 마트나 농가에서 한 묶음만 사도 12~13유로는 족히 주는 퀄리티인데, 무려 3묶음에 단돈 10유로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냉큼 집어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이 귀한 녀석들을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가, 일부는 정석대로 삶아 먹고 일부는 '슈파겔 튀김'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예전에 일식당에 갔을 때 시즌 메뉴로 슈파겔 튀김을 먹어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터라 집에서 직접 튀겨본 것인데요.

이게 정말 대성공이었습니다! 바삭한 튀김옷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아스파라거스 안에서 툭 터져 나오는 진한 육즙과 특유의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튀김 특유의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슈파겔 고유의 바삭함과 신선함이 극대화된 맛이었어요. 혹시 슈파겔 대량 구매하시는 분들은 꼭 튀김으로도 드셔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 글을 마치며: 내년에도 무조건 다시 갈 벨리츠 축제!

처음 방문해 본 벨리츠 슈파겔 축제는 기대했던 것보다 규모도 크고 짜임새가 있어서 하루 종일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차 때문에 조금 헤매긴 했지만, 그 고생을 싹 잊게 만들 만큼 퍼레이드도 재밌었고, 맛있는 딸기와 역대급 가성비의 슈파겔까지 두 손 가득 들고 올 수 있었으니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함께 "내년 6월 첫째 주에도 여기는 무조건 다시 오자!" 하고 약속을 했습니다.

베를린이나 포츠담에서 대중교통으로도, 차로도 그리 멀지 않은 근교이니 독일에 계신 분들이라면 내년 봄-초여름 사이 이맘때 펼쳐지는 벨리츠 슈파겔 축제를 놓치지 말고 꼭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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