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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코펜하겐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후기|코펜하겐 카드로 왕실 리셉션룸·지하유적·왕실 주방·마굿간까지

by travelneya 2026.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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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을 여행하면서 왕실과 관련된 장소를 둘러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곳이 크리스티안보르 궁전(Christiansborg Palace)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화려한 왕궁 내부를 둘러보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방문해 보니 볼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궁전의 화려한 왕실 공간뿐 아니라 지하에 남아 있는 중세 성의 흔적, 실제 왕실 연회를 준비했던 주방, 왕실 말과 마차를 관리하는 마굿간까지 서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었거든요.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코펜하겐 카드(Copenhagen Card)를 이용했기 때문에 Royal Reception Rooms를 비롯해 Ruins under Christiansborg Palace, The Royal Kitchen, The Royal Stables까지 추가 결제 없이 모두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코펜하겐 카드로 여러 관광지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은 카드 활용도를 상당히 높여주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Copenhagen Card 공식 안내에서도 이 공간들이 각각 카드 이용 가능 관광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덴마크 왕실과 정치의 중심,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은 일반적인 의미의 '왕이 거주하는 궁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현재 덴마크 국왕의 주거 공간은 주로 아말리엔보르 궁전이지만, 크리스티안보르에는 왕실 공식 행사를 위한 공간인 Royal Reception Rooms가 있고 동시에 덴마크 의회와 대법원 등 국가 기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왕실과 정치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독특한 궁전입니다. Royal Reception Rooms 역시 단순히 관광객에게 공개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실제 국왕의 공식 행사와 국빈 방문 등에 사용됩니다.

외관은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묵직했습니다. 회색빛 석조 건물 사이에서 높게 올라간 탑이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의 상징처럼 보이는데요. 화려한 바로크 궁전이라기보다 덴마크 정치의 중심이라는 이미지에 더 잘 어울리는 웅장하고 조금은 엄숙한 분위기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점은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을 하나의 입구로 들어가 모든 시설을 차례로 보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Royal Reception Rooms, 지하 유적, Royal Kitchen, Royal Stables의 입구가 각각 나뉘어 있어 궁전 주변을 조금씩 이동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둘러본 Royal Reception Rooms

본격적으로 궁전 내부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크리스티안보르의 어두운 석조 외관을 보고 들어와서인지 내부의 흰색과 금색 장식, 붉은색 직물, 거대한 샹들리에가 더욱 화려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입구에서 신발 위에 덧신을 착용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오래된 궁전 바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파란색 커버를 신고 왕궁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면서도 '진짜 궁전을 둘러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계단부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흰색 계단과 난간에 금색 장식이 더해져 있고 벽에는 대형 그림과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어 이동하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전시실처럼 느껴졌습니다.

객실마다 분위기가 상당히 달랐습니다. 짙은 녹색 벽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어우러진 방이 있는가 하면, 붉은색 벽 전체를 문양으로 채운 공간도 있었고 왕실 문장이 들어간 의자와 장식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찍으면 샹들리에나 금장 장식만 눈에 들어오기 쉬운데 실제로 걸어보면 천장의 석고 장식, 문틀, 벽면까지 어느 한 곳도 평범하게 만들어 놓은 곳이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크리스티안보르 내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 중 하나가 긴 홀 전체에 대형 태피스트리가 이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Great Hall, 덴마크어로 Riddersalen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덴마크의 역사를 표현한 비외른 뇌르고르(Bjørn Nørgaard)의 태피스트리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실제 공식 만찬에도 사용되는 공간입니다.

사진으로 보더라도 크기를 짐작할 수 있지만 실제 홀에 들어서면 훨씬 압도적입니다. 높은 천장 아래 샹들리에가 길게 이어지고 양쪽 벽에는 거대한 태피스트리가 거의 빈틈없이 걸려 있습니다. 단순히 '옛날 왕궁을 재현한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왕실 행사가 열리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고 보니 느낌도 조금 달랐습니다.

그 밖에도 길게 놓인 대형 테이블이 있는 방, 벽 전체가 책장으로 둘러싸인 도서관 같은 공간, 대형 초상화와 샹들리에가 있는 객실 등을 차례로 지나갑니다. 하나의 스타일로 통일된 궁전이라기보다 방을 옮길 때마다 색상과 장식이 달라져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궁전 아래 또 다른 코펜하겐, Ruins under Christiansborg Palace

화려한 왕실 공간을 본 뒤 방문한 곳은 완전히 반대 분위기의 Ruinerne under Christiansborg, 즉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지하 유적입니다.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밝고 화려했던 궁전 내부와는 달리 조명을 최소화한 어두운 공간이 나타납니다. 바닥과 주변에는 커다란 돌과 오래된 성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처음에는 '궁전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유적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현재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기존 건물의 흔적이 발견됐고, 조사 결과 1167년에 세워진 압살론 주교의 성(Bishop Absalon's Castle)과 이후 그 자리에 자리했던 코펜하겐 성(Copenhagen Castle)의 유적임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을 걷다 보면 현재의 궁전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코펜하겐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지하에서 거꾸로 따라가는 느낌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티안보르에서 의외로 재미있었던 공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지하에 돌 몇 개 남아 있는 정도 아닐까' 생각했는데 실제 유적 범위가 꽤 넓고, 조명과 전시물을 이용해 옛 성벽의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위에서는 현재 덴마크 정치의 중심이 운영되고 있고, 그 바로 아래에는 12세기 코펜하겐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구리 냄비가 가득했던 The Royal Kitchen

다음은 The Royal Kitchen, 왕실 주방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진 찍는 재미가 가장 좋았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입구에 들어가면 하얀 벽을 배경으로 크고 작은 구리 냄비와 프라이팬이 빼곡하게 걸려 있는데, 주방이라기보다는 구리 조리기구를 모아놓은 전시관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Royal Kitchen에서는 과거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의 대규모 연회를 어떤 방식으로 준비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전시는 특히 1937년 왕실 갈라 디너를 배경으로 당시 연회 준비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식 안내에서는 당시 275명의 손님을 위한 식사를 준비했던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화덕 주변에 냄비가 줄지어 놓여 있고, 수도꼭지가 달린 대형 구리 용기와 거대한 솥을 보고 있으면 수백 명이 참석하는 왕실 연회가 단순히 화려한 식탁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궁전의 Reception Rooms가 왕실 행사의 '무대'라면 Royal Kitchen은 그 무대 뒤편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궁전 내부와는 전혀 다른 생활감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oyal Stables, 말을 못 본 것이 유일한 아쉬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The Royal Stables, 왕실 마굿간입니다.

Royal Stables는 현재도 덴마크 왕실의 말과 마차와 관련된 공간입니다. 현재의 마구간 건물은 18세기에 건설됐으며 일부 구역은 1746년 문을 열었을 당시의 구조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내부에는 마구 전시실, 실제 마굿간, 왕실 마차 전시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입구 쪽 전시장에는 시대별 승마 장비와 안장, 마구류가 전시되어 있었고, 과거 왕실에서 사용했던 말과 관련된 자료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박제된 왕실 말도 전시되어 있어 덴마크 왕실의 승마 문화가 얼마나 오래 이어져 왔는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굿간으로 들어갔는데…… 말이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마침 제가 방문했을 때가 여름 휴가 기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장 안내를 보니 왕실의 흰 말들은 Kladruber(클라드루버) 품종으로, 여름에는 일정 기간 도시의 마굿간을 떠나 목초지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사진에서 보듯 깨끗하게 정돈된 빈 마구간만 볼 수 있었죠.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굿간 자체가 꽤 아름답습니다. 대리석 기둥 사이로 양쪽에 말의 공간이 길게 이어지는 구조라서 말들이 실제로 들어와 있을 때 방문했다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을 것 같습니다.

대신 안쪽의 왕실 마차 전시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검은색과 금색 장식으로 꾸며진 정교한 마차부터 붉은 천과 왕실 문장이 들어간 마차, 다양한 시대의 마차가 넓은 공간에 여러 대 전시되어 있습니다. 바닥의 돌과 오래된 기둥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 단순히 마차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 왕실 마구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코펜하겐을 다시 방문한다면 Royal Stables만큼은 말들이 돌아와 있는 시기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펜하겐 카드가 있다면 네 곳 모두 둘러보는 것을 추천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은 Royal Reception Rooms만 보고 나오기에는 조금 아까운 곳이었습니다. 네 공간의 성격이 워낙 다르기 때문입니다.

Royal Reception Rooms에서는 왕실의 화려함을, 지하 유적에서는 중세 코펜하겐의 역사를, Royal Kitchen에서는 왕실 행사의 뒷이야기를, Royal Stables에서는 덴마크 왕실의 말과 마차 문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관람 시간이 아주 긴 곳들은 아니지만 모두 합치면 꽤 알찬 반나절 일정이 됩니다.

특히 코펜하겐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한 곳만 선택하기보다는 네 곳을 묶어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만 각 시설의 운영시간이 서로 다를 수 있고 Royal Reception Rooms는 실제 왕실 공식 행사 때문에 문을 닫는 날도 있습니다. 현재 Copenhagen Card 안내에서도 혼잡 시 Royal Reception Rooms 입장 전에 현장에서 시간대가 배정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으니 방문 당일 운영 여부는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관람 순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Royal Reception Rooms → Ruins → Royal Kitchen → Royal Stables 순서가 괜찮았습니다. 화려한 궁전에서 시작해 지하의 역사로 내려갔다가, 주방을 보고 마지막에 궁전 뒤쪽 마굿간과 마차를 보는 식이라 분위기가 계속 달라집니다.

직접 둘러본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총평

코펜하겐에는 아말리엔보르, 로젠보르 등 왕실과 관련된 명소가 많지만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은 조금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단순히 과거의 왕궁을 박물관으로 보존한 장소가 아니라 지금도 왕실 공식 행사가 열리고 국가 기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 건물 아래에서 12세기의 유적부터 현대 덴마크 왕실까지 긴 시간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을 다시 정리하면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궁전 내부의 거대한 샹들리에와 화려한 방들이지만, 실제 여행에서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오히려 어두운 지하 유적과 구리 냄비가 가득했던 Royal Kitchen, 그리고 말들이 모두 휴가를 떠나 텅 비어 있던 Royal Stables였습니다.

코펜하겐 카드를 이용하면서 역사적인 관광지를 좋아한다면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은 꼭 넣어볼 만한 장소입니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궁전 내부만 보지 말고 지하 유적, 왕실 주방, 왕실 마굿간까지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 코펜하겐 카드 이용 시 Royal Reception Rooms, Ruins under Christiansborg Palace, The Royal Kitchen, The Royal Stables를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각 시설은 입구와 운영시간이 서로 다르므로 방문 당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Royal Reception Rooms는 실제 왕실 행사로 인해 예고된 휴관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궁전 내부에서는 제가 방문했을 당시 바닥 보호를 위한 신발 커버를 착용했습니다.
  • 여름에는 Royal Stables의 말들이 목초지로 이동하는 기간이 있어 실제 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네 곳을 여유롭게 본다면 최소 2~3시간 정도는 잡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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