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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아시아

교토의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 청수사(清水寺) 산책기

by 네야나라 2024.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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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를 대표하는 명소를 꼽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청수사입니다. 천년 고도(古都)의 숨결을 품은 이 사찰은, 나무 기둥만으로 지지되는 웅장한 본당과 맑은 물줄기를 내뿜는 ‘기요미즈(청수)’의 폭포로 유명합니다. 연중 어느 계절에 찾아가든, 사찰을 감싸는 울창한 숲과 고즈넉한 경내의 분위기는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화려한 단풍빛으로 물든 경치부터 청량한 공기 속에서 빛나는 본당까지, 교토 청수사에서 마주한 특별한 순간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숙소는 가라스마역 인근에 잡았습니다. 청수사는 늘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기에, 되도록 이른 아침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미리 접하였지요. 그런 이유로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부지런히 준비를 마친 후, 가라스마 거리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였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대와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버스는 이미 만원에 가까웠습니다. 청수사로 가려는 방문객들과 바쁜 출근길 직장인들이 뒤섞여 줄을 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이 정류장에는 혼잡한 상황을 정리하시기 위해 안내를 맡으신 분이 계셨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으로 보였습니다. 교토 시내에서는 관광객과 시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시간대에 이처럼 어르신들께서 안내를 도와주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 노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보였는데, 이러한 지원 서비스가 행정이나 관광 안내원 못지않게 여행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아 인상 깊었습니다.

아침 일찍 서둘렀다고 생각하였지만, 이미 저희보다 더 일찍 나서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청수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인파를 보며, 굳이 서두르지 않고 잠시 여유를 즐기기로 하였습니다. 어차피 가장 먼저 들어가서 관람하기는 힘든 상황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근처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긋한 아침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버스를 이용하실 경우, 정류장에서 내려 한동안 오르막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셔야 합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시기 때문에 길을 잃으실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오르막길 양 옆으로는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입구 앞쪽 계단에서는 이미 많은 방문객들이 청수사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기고 계셨습니다. 이렇듯 시작부터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청수사의 문턱을 넘게 되었습니다.

기요미즈데라(청수사)를 향해 인왕문(仁王門)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시면, 오른편에 입장권을 구매하실 수 있는 매표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반드시 티켓을 구입하셔야 본격적으로 사찰 내부를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간혹 먼저 경내 사진을 찍으시느라 매표소를 놓치시는 분들도 계시니, 인왕문을 지났다면 오른편을 유심히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청수사의 보문각(도도로키몬)을 지나 본당에 다다르면, 소원을 기원하며 향을 피우고 절을 드리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가볍게 향을 피워보고 마음속 소망을 빌어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지요. 또한 본당 안쪽에 지역 사케를 진열해둔 제단이 있어, 이를 보며 “한 해 동안 수확한 곡식으로 사케를 담가 봉헌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사찰이나 신사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케를 봉헌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케를 바친다는 행위 그 자체보다는, 지역 사회와 자연에 대한 감사, 그리고 풍요로운 수확을 가능하게 한 신(神) 또는 불보살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표현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즉, 사케 봉헌은 한 해의 농작물 수확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담은 제의(祭儀) 중 하나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본당을 지나 좀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본당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개성 있는 여러 작은 사당들을 마주하시게 됩니다. 사당들 뒤편으로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물을 끼얹어 씻겨주는 불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불상의 머리 위로 정성껏 물을 부으며 마음속에 품은 소망을 조심스럽게 빌어보았습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잠시나마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작은 간절함을 담아보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청수사(기요미즈데라)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는 바로 오토와 폭포(音羽の滝)입니다. 이곳에서는 세 줄기의 깨끗한 물이 흘러내리는데, 이 물을 마시면 각기 다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전해집니다.

세 줄기의 물은 각각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 첫 번째 줄기: 학업 성취
  2. 두 번째 줄기: 연애와 사랑의 성취
  3. 세 번째 줄기: 건강과 장수

이 중 하나의 줄기의 물을 선택해 마시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욕심을 부려 세 줄기 모두의 물을 마시면 오히려 운이 나빠진다고 합니다. 이는 과도한 욕심을 경계하고 한 가지 소망에 집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한 줄기의 물을 골라 마시는 경험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마음속 소망을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청수사를 방문하신다면 이곳에서 한 번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청수사를 다 둘러보고 나오니 상점가가 활기차게 열려 있었습니다. 전통 기념품을 구경하거나 다양한 주전부리를 맛보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지요. 어디로 내려갈까 고민하다가, 청수사 옆쪽 길을 따라 야사카 신사 방향으로 걷기로 했습니다.

이 길은 내려가는 동안 볼거리도 많고, 특히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미신이 있는 길로도 유명합니다. 물론 미신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길을 보니 조심하지 않으면 정말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굴러떨어지면 3년은커녕 바로 저세상에 갈지도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그 긴장감도 잠시, 내려가는 길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들이 흥미를 끌어 심심할 틈이 없었습니다. 전통 공예품, 달콤한 과자, 향긋한 차 등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야사카 신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온 거리까지 둘러보면, 교토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교토의 청수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천년의 세월을 품은 고즈넉한 아름다움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의 맑은 공기, 본당에서의 소원 빌기, 오토와 폭포에서의 작은 체험,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활기찬 상점가와 야사카 신사까지—짧은 여정 속에서 교토의 전통과 매력을 가득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때로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작은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청수사에서의 이 여정이 누군가에게는 잠시나마 힐링이 되고, 교토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이제 당신도 청수사에서 소중한 소원을 빌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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