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이킹을 하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이 시작하자마자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나섰습니다. 이렇게 일찍 서두른 이유는 오전 9시에 케이블카를 타고 테이데 봉 전망대로 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올라가야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길이 굽이굽이하긴 했지만, 도로 폭이 그리 좁지 않고 경치도 아름다우며 차량도 많지 않아 운전하기 괜찮았습니다. 다만 구글 네비보다는 조금 더 서두르시는 게 좋아요. 그 가파른 산길을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저 힘든 길을 어떻게 올라가는지,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아침 일찍 서둘렀던 덕분에 예정 시간보다 15분쯤 일찍 도착했어요. 그런데 도착하니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하더라고요. 직원에게 물어보니 강풍 때문에 오전 운행은 취소되었다고 하네요.

제주도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섬이라 그런지, 이렇게 날씨가 계획을 어그러뜨리기도 하네요. 하이킹을 하며 산을 내려오려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습니다. 서둘러 다른 날짜를 알아봤지만, 여행 기간 동안 오전 케이블카 일정은 모두 매진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테이데 하이킹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후에 이용할 수 있는 왕복권으로 새로 예약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자주 있는지, 환불은 금방 처리되었어요.
그래도 그냥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주변을 걸어보기로 했어요. 주차한 곳만 해도 이미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였지요. 풍경이 정말 처음 보는 모습들이라 신기했습니다. 어쩌면 삭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신비함이 있었습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도 한 번 멈춰봤어요. 산 중간중간 정말 많은 전망대가 있었고, 그곳마다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테네리페 섬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니, 주차 공간을 찾으며 그런 현실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대서양은 정말 멋지고 신비로웠습니다. 이곳 카나리아 제도 출신인 친구의 고향 섬인 라 고메라(La Gomera)도 저 멀리 희미하게 보였어요.



이번 여행은 휴양을 콘셉트로 잡았기 때문에 일정을 빡빡하게 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이킹 일정이 취소되면서 시간이 더 여유로워졌어요. 그래서 그냥 해변을 거닐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숙소 근처에 있는 꽤 큰 슈퍼마켓에도 들러봤어요. 휴양지라 그런지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마트가 있더라고요.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있었고요. 다만 24시간 마트는 일반 마트에 비해 가격이 꽤 비싼 편입니다.


마트 구경을 하다가 하몽 맛 프링글스를 발견했어요. 스페인에서만 파는 맛인데, BBQ 맛과 비슷하면서도 더 감칠맛이 나는 것 같아요. 이런 맛을 왜 독일에서는 팔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인기 많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마트에서 모호 소스도 찾았어요. 여행객들이 가져가기 좋게 작은 병에 담아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모호 소스의 매력에 빠져 있어서, 맛이 궁금해 한 병 사봤어요. 생각보다 제법 꾸덕한 질감이었어요. 여행객들이 비행기로 들고 가기 좋게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 같더라고요. 먹기 전에 올리브유랑 섞어서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이렇게 바닷가에 있으면서, 대서양을 바라보는 이곳에서 석양을 놓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해가 질 무렵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숙소 바로 앞이 바다라 정말 좋았어요. 해가 지는 시간은 저녁 7시 15분쯤이었고요.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게 실감 났어요. 3월인데도 해가 이렇게 늦게 지다니요.

해가 지는 방향으로 벤치가 많이 있어서, 그중 하나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봤습니다. 구름에 조금 가려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은 보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정말 아름다운 노을이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멋진 풍경이었어요. 이런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테네리페를 찾는구나 싶었습니다.

‘내일은 또 뭘 할까’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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