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곳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테네리페의 도시 산타크루즈로 향했어요. 산타크루즈는 남부 휴양지들과는 달리 도회적이고 번화한 느낌이 강한 도시예요. 크루즈 선박이 들어오는 항구도 있고, 다른 섬들과 연결되는 여객선들도 자주 오가는 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답니다.
도심 내 도로는 그리 넓지 않은 편이에요. 관광객도 많다 보니 주차할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시내 중심가에 주차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조금 외곽 지역에 주차를 했어요. 다행히 외곽에 주차한 덕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죠. 산타크루즈는 도시 규모가 크지 않아 외곽이라 해도 충분히 걸어서 다닐 만해요.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제가 주차한 곳은 신시가지 쪽이라 그런지 고층 빌딩과 큰 쇼핑몰들이 많았어요. 사실 이전에 이 근처에 있는 아파트먼트 호텔을 예약하려 했는데 방이 없어 남부로 숙소를 변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지역은 구시가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버스 터미널과 가깝고 큰 쇼핑몰과 다양한 식당들도 있어서 머물기에 아주 좋은 위치였어요. 다음에 방문할 때는 이쪽으로 숙소를 잡을까 생각 중이에요.
주차를 마치고 친구를 만나니 베를린에서 만나던 친구를 테네리페에서 보니 더 반갑더라고요.
우선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러 갔어요. 우리가 간 식당은 '아레파(Arepa)'라는 옥수수 빵 사이에 다양한 속 재료를 넣은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었어요. 아레파는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데, 테네리페는 중남미와 교류가 많아서 그런지 이런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풀드포크가 들어간 아레파를 시켰는데, 고소한 빵과 짭조름한 고기의 조화가 정말 맛있었어요.

그리고 다양한 음식이 담긴 플레이트도 주문했습니다. 테네리페는 바나나로 유명한 섬이에요. 바나나를 튀겨 먹기도 하는데, 역시 맛있었어요. 옥수수가루로 만든 아레파뿐 아니라 팬케이크처럼 생긴 '카차파(Cachapa)'도 있었는데,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매력적이었어요.


셋이서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30유로밖에 나오지 않아 물가에 한 번 더 놀랐답니다. 확실히 남부 휴양지와는 물가 차이가 크더라고요.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본격적으로 산타크루즈의 워킹 투어를 시작했어요.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 방향으로 걸어가 보았습니다. 도심이 크지 않아 충분히 도보로 돌아다닐 만했어요. 다만 도로가 좁고 복잡해서 차를 빌리셨더라도 시내에서는 걷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시내에는 아름답고 큰 공원들이 많았어요. 규모는 작지만 나무와 꽃으로 잘 꾸며진 공원들을 보니 산책하기 참 좋았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 바닷가 쪽에도 가봤어요. 산타크루즈의 여객 터미널에는 크루즈 선박뿐 아니라 다른 섬으로 가는 배도 많이 들어옵니다. 터미널과 시내 사이에는 넓은 광장이 있는데, 스페인의 여느 도시들처럼 이름은 에스파냐 광장(Plaza de España)이라고 해요.


많이 걷다 보니 잠시 카페에서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테네리페에 오면 꼭 마셔봐야 할 커피가 있는데, 바로 '바라키토(Barraquito)'예요. 바라키토는 커피에 달콤한 연유와 리쿼 43(Licor 43)을 넣어 층층이 쌓은 독특한 커피입니다.

술이 부담스럽다면 술을 넣지 않은 '레체 이 레체(leche y leche)'도 추천드려요. 스페인어로 레체(leche)는 우유라는 뜻인데, 우유와 연유가 들어간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예요.

카페에서 바라키토와 레체 이 레체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나서 시내를 좀 더 돌아다녀봤어요. 주차된 곳으로 가려면 결국 도시 한 바퀴를 돌아봐야했었거든요. 시장 구경을 해보고 싶었지만 조금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아쉽게도 재래시장은 문을 닫은 상태였어요.

대신 슈퍼마켓인 메르카도나(Mercadona)를 갔었지요. 역시나 스페인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지요. 슈퍼마켓에서도 해산물 코너가 정말 크게 있었답니다. 신선한 해산물 뿐만아니라 냉동고도 해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컸었어요.


그리고 스페인 하면 하몽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하몽 중에서도 도토리를 먹여 키운 이베리코 품종의 하몽이 정말 유명하지요.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기름의 고소한 맛이 정말 뛰어나요. 그런 하몽을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하실 수가 있답니다. 그자리에서 바로 썰어서 포장을 해줘요.

100% 순종 이베리코인 베요타 등급의 하몽은 정말 비싼 가격이기는 해요. 100g에 16유로입니다. 그래도 스페인까지 왔는데 하몽을 즐겨줘야겠지요. 베를린에서라면 훨씬 더 비싼 가격에 즐겨야 하니까요.

오늘 하루는 친구 덕분에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요. 테네리페와 카나리아 제도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었구요. 맛있는 하몽과 맛있는 맥주를 즐기면서 즐거운 하루를 또 마무리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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